"Story만 있고 History는 없고, Text는 있는데 Context는 없다."
심플리스트란 세상에 많은 복잡한 문제들은 간단한 본질로 부터 파생되기 때문에,
이러한 본질을 잘 파악하여 "리얼 옵션” 형태로 가장 알맞은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심플리스트가 되기 위한 방안으로 아래와 같은 3단계를 정의한다.
‘한 대상의 전체를 바라본다 -> 핵심 요소들 간의 연관성을 파악한다 -> 최소화한 형태로 그 대상의 본질을 규정한다’
심플리스트가 반드시 되어야 하는 대상인 리더들
심플리스트가 되어야 하는 리더 중 잘못된 유형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릇된 피드백을 통해
점점더 나아갈 방향에 복잡성을 상승시켜 “원형선회”를 통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다.
예시로 가장 와닿는 부분은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라는 명목하에 "TF그룹/워킹그룹/조직개편” 등의 조직의 변화를 주는 것이다.
다음은 “심독”의 결과이다.
게리 랭과 토드 돔키가 공저한 <<직장 내 정치학의 법칙>을 보면 복잡성을 가중시키는 사이비 전문가들의 기본 규칙이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를 보면 우리 주변에 몸을 웅크리고서 복잡성을 유발하는 어설픈 전문가들의 태도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명료한 표현은 절대 금물, 주제를 흐리는 것이 좋다.
- 단순한 표현은 절대 금물, 상황을 최대한 복잡하게 보이게 하라.
- 정직은 절대 금물, 사람들을 오도하려면 빙 돌려 말하는 것이 좋다.
- 겸손은 절대 금물, 아무나 습득할 수 없는 지식이란 점을 과시하라.
- 독창적인 표현은 절대 금물, 남들을 따르는 것이 좋다.
- 그저 습관적으로 복잡성을 가중시킨다.
사람들이 복잡성에 대처하는 첫번째 방식은, 그냥 방치하는 무관심 내지 회피입니다. 고객의 집에 인터넷회선을 설치해주러 가면 PC가 설치된 방이나 거실의 전기 배선이 하나같이 정리가 안된 체 제멋대로 나뒹굴고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전선 가닥이 많아도 그 길이를 합쳐봐야 10미터 내외에 불가합니다. 하지만 전선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다 보니 실제보다 훨씬 더 복잡해 보이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복잡성에 대처하는 두번째 방식은 이처럼 누군가 해결해줄 것이란 안일한 기대를 품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식 접근입니다. 라틴어로 신의 기계적 출현을 의미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ues ex machine’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 비극에 종종 등장하는 연출 기법으로, 극의 전개 과정에서 해결 불가능한 상태로 꼬인 문제가 파국에 이르기 직전 신이 무대 꼭대기에서 기계 장치를 타고 무대 아래로 내려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골치 아픈 상황을 한순간에 정리해주는 이 기법은 달리 말하면 신과 같은 제 3의 존재가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입니다.
신설 조직을 붕어빵 찍어내듯 찍어내는 것 외에 대규모 조직들은 문제 해결에 나름 효과적이라 생각해왔던 습관적인 방법, 예를 들어 인력을 재배치하고 부서 간 업무분장을 조정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별생각 없이 도입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피상적인 조치는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결에 동원된 처방으로 인한 파급효과나 부작용을 사전에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이 복잡해지는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이유가 끊임없이 ‘더, 더, 더’를 외치며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해서임을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핵심을 꿰뚫지 못한, 그리고 사후 연쇄 작용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그저 문제 해결을 위해 뭔가 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들은 조직 내 복잡성을 가중시키는 한편 무기력과 타성을 낳으며, 더 나아가 내외부 환경 변화에 둔감해진 조직을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합니다.
리더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스타일을 들여다보면 일의 핵심을 간파하여 본인의 생각이 명확한 리더일수록 군더더기가 붙은 보고를 아주 싫어합니다. 반대로 늘 의사결정을 미루는 우유부단한 리더들은 보고를 받을 때도 실제적인 내용보다는 형식적이거나 사소한 것에 집착합니다. 문서 작성을 예로 들면, 길고 장황하게 여기저기 내용을 채우는 것을 아랫사람의 기본적인 예의로 여기는 식입니다. 그리고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도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는 잘 모르는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아는 것을 모두 갖다 붙이면서 이러쿵저러쿵합니다. 이런 리더가 이끄는 조직 내부에는 가장 장황하게 작성된 자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동조 압력속에 의사결정의 초점을 흐리는 불필요한 내용이 범람합니다. 당연히 조직 운영의 효율성은 대폭 저하됩니다.
일리노이주 거버너스주립대의 곡체 사구르트 부교수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리타 건터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복잡성과 더불어 사는 법Learning to live with complexity’이란 기고문에서 혼잡함을 넘어 복잡함으로 접어들어 적절한 취사선택이 어려울 경우 유용한 전략으로 ‘리얼 옵션적 접근’을 제시했습니다. 리얼 옵션이란 재무적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활용하는 ‘파이낸셜 옵션’을 실물 쪽으로 확장한 개념입니다. 기업이 여러 투자 대안 가운데 한곳에 ‘몰빵’하는 대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이곳저곳에 조금씩 투자하면서 기술을 익혀 시장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적당한 시기에 옵션별로 성공 가능성과 수익률 등을 검토해 투자를 계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이는 오늘날과 같이 변화의 흐름이 빠르고 불확실한 시기에 매우 유용한 판단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서 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나비효과는 초기의 작은 차이가 크게 증폭돼 생각지 못한 큰 결과를 초래함을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나비효과와 같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커지게 하는 요인을 ‘창발성Emergence’이라 부르는데 이 사례에서는 실무진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던 최고경영진의 말 한마디가 창발성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창발성으로 인해 이른바 경로의존도Path Dependency가 심화됩니다. 예컨대 회사 내의 최고경영진이 언급한 사안의 경우 조직은 통상 ‘최고경영진의 문제 제기 -> 긴급하고 중요한 이슈로 급격이 부각 -> 대규모 회의 소집 -> 토의’같은 일련의 경로를 밟게 됩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우선 최고경영진이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관련 부서의 실무자 수십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회의가 열리게 됬고, 대규모 회의에 앞서 주무 부서에서는 이를 보다 심도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수십 개의 추가 검토 항목들을 갖다 붙이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 사항은 점점 복잡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체를 한눈에 바라보는 ‘부감’적 시야를 확보해야 합니다. 다음 단계는 문제의 본질을 구성하는 몇몇 핵심 요소들에게 집중한 채로 이들간의 상호 관계를 빠른 시간 안에 유추해보는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직관’, 속칭 ‘통합’입니다. 이는 잘 정돈되지 않는 거친 상태로 상상력을 발휘해 문제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입니다. 일일이 모든 요소를 훑지 않고 가결론에 도달하는 것으로, 요즘같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특히 유용한 사고기법입니다. 그 다음 ‘추상화’는 앞의 두 단계를 토대로 어떤 대상의 본질을 한다미도 규정짓는 최소한의 개념 단위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한 대상의 전체를 바라본다 -> 핵심 요소들 간의 연관성을 파악한다 -> 최소화한 형태로 그 대상의 본질을 규정한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921년 미국의 동식물연구가가이자 탐험가는 윌리엄 비브는 남미 가이아나 정글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한 무리의 병정개미들이 둘레가 무려 400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개미 한 마리가 같은 자리로 돌아오기가지 무려 2시간 반이나 걸리는 원이었습니다. 개미들은 ‘앞에 가는 개미를 따르라’는 단 하나의 규칙을 좇아 같은 원을 끝없이 돌고 도는 행동을 반복하다 결국 대부분죽고 말았습니다. 앞선 개미의 페르몬을 따라 이동하는 습성 탓에 대열에서 이탈하지 못하고 죽음의 행진을 계속 했던 것입니다. 개미사회의 생존을 유지해주는 시스템인 동시에 떼죽음으로 원인으로도 작용한 셈입니다. 이런 현상을 원형선회Circular Mill라 부릅니다. 페르몬의 작용에 무분별하게 따르는 본성 탓도 있겠지만 상황전체를 한눈에 보지 못해 죽음에 이르렀다고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원형선회는 개미 사회뿐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목격되는 현상입니다. 한 명의 리더가 잘못된 경영 방칭을 설정함으로써 수많은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일하면서도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무의미한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인터뷰에서 손 사장은 현재의 방송 뉴스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스토리Story”만 있고 히스토리History는 없고, 텍스트Text는 있는데 콘텍스트Context는 없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말은 방송 뉴스가 현상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도 그에 대한 히스토리(역사, 배경)와 콘텍스트(맥락)를 모른다면 시청자가 그 뉴스에 대해 깊이 알기 어렵고 평가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전체 안에 존재하는 요소들 간의 상호관계를 고려해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을 ‘전체적Holistic Thinking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분의 합이 전체를 초월한다는 뜻의 게슈탈트Gestalt라는 용어를 따서 ‘게슈탈트적 사고’로 불리기도 하고, 요소들 간의 유기적 조화와 관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가 강조될 때는 ‘시스템적 사고’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런 사고는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 경영자들에게 특히 유용합니다.여러 유형의 경영자들을 조사한 거버 비즈니스 개발의 설립자 마이클 거버는 “훌륭한 기업가는 모두 시스템적 사고를 한다. 기업가로 성공하고 싶다면 전체를 보고자하는 타고난 열망을 계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열망을 계발하려면 시스템적 사고 방법을 익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보고서를 아주 잘 쓰는 동료와 TF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습니다. 완성된 보고서만 보면 그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야 할 인재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딱 한가지, 보고서 한 장을 작성하는 데 거의 하루 종일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조직이 아닌 이상 대부분 일의 질적 수준 못지않게 처리 속도도 중시됩니다. 이 동료와 같은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문서의 기본적인 틀을 빠른 시간 내에 구상한 뒤에 한 호흡으로 초안을 완성하는 습관을 붙여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임원 보고를 담당하면서 이런 속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임원들이 어떤 사안을 거론하면서 관련된 정보나 수치를 파악해달라는 요청을 했을 경우 대개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하기보다는 다소 설익었더라도 큰 오류가 없는 한, 최대한 빨리 보고하는 것이 해당 임원 입장에서 훨씬 유용했습니다. 이런 일들의 경우 완벽하고 치밀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할수록 적절한 시기를 놓쳐 일이 더 꼬이고 복잡해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시 이후부터 보고 이전까지 느끼는 지시자와 보고자의 ‘체감 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시한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이 한참 경과된 것처럼 느끼고 보고가 늦어진다는 생각을 하는 반면, 보고자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느끼는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시한 사람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까지 챙기느라 시간이 더 지체됩니다.
무엇보다 복잡한 조직 구조와 시스템이 원할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인원이 많아지면 역할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커뮤니케이션상의 왜곡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조직 운영의 효유링 떨어집니다. 앞서가는 조직들은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순간 필연적으로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합니다.
2012년 글로벌 인사컨설팅업체인 타워스왓슨이 세계 29개국의 직장인 3만 2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상사의 필요성에 대해 물은 적이 있습니다.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 중 60% 정도는 자신의 상사가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국의 경우 그 비율이 41%로 뚝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코어텍스로 유명한 미국의 고어 사는 조직 내에서 상사라는 제도를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전통적인 관료 조직의 복종문화가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한다고 판단하는 한편, 직원들이 최대한의 자율성을 발휘할 것이라 믿었기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한때 관료화된 방대한 조직으로 유명했던 GE마저도 ‘상사 없애기’실험에 들어가 최근 5년간 항공 부문의 93개 조직에서 상사제도를 없앴습니다. <<꿀벌과 게릴라>>로 유명한 런던비즈니스스쿨의 게리 하멜 교수는 이 같은 조직의 공통점으로 자기 경엉self management을 꼽습니다. 이는 직책, 직급 등으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관료 조직의 특성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개개인이 중심이 되어 알아서 일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