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이름을 듣고 적당히 궁금해 하다가 이번에 학교 수업을 통해 좀 더 알게 되면서 관심이 생겨 읽은 책입니다.
"와이너리의 전설, 나파 밸리를 일군 와인의 황제 로버트 몬다비"
근 3년 간 거의 매달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가면서도 와인에 대해 무지했던터라 나파 밸리를 가볼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는데요 (물론 시간도 없었겠지만..) 이 책을 조금만 더 빨리 읽었더라면 반드시 한번 이상은 가봤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영화 한편을 보는 것처럼 재밌습니다.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원작: 마리오 푸조)를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간단한 스토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이민 1세대 체사레 몬다비가 금주법 이후 황폐해진 와인 시장의 현실 앞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불과 길이로는 채 50km가 안되고, 폭은 겨우 8km 밖에 안되는 나파 밸리에서 포도 농작을 시작하여 대를 이어 와인 왕국을 일구어 내는 모습은 마치 대부의 비토 꼴레오네와 그 아들 마이클 콜레오네를 연상시킵니다.
아버지가 닦아놓은 초석 위에 장남 로버트 몬다비와 차남 피터 몬다비는 각각 영업적 감각과 기술자적 감각을 앞세워 사업을 키우려 애쓰지만 형제 간의 반목과 공격은 극으로 치닫고 어머니 로사가 차남 피터의 편을 들면서 형제 사이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아버지 체사레 몬다비의 사후 그간 일군 찰스 크룩사 와이너리를 현금 $3,200만에 매각하라는 제안에 대해 어머니 로사는 아래와 같은 답을 합니다.
"내가 그 돈을 다 가진다 한들 뭘 하겠어요? 난 와이너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만족해요. 일요일 점심 식사에 친구들을 초대하는 게 즐겁고, 지금껏 살아왔던 대로 사는 게 좋아요. 제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어떻게 이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겠어요?"
그만큼 가족에게 와이너리는 삶의 하나였고, 기업과는 다소 거리가 먼 가족의 터전이었습니다.
그러함에도 형제 간의 갈등은 더욱 심해져 가고, 로버트 몬다비는 어머니와 동생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유럽의 명가 샤통 무토 로스차일드와의 만남을 통해 50:50 합작으로 세계 와인 무대에 캘리포니아 와인을 등장시키며 재기에 성공합니다. 합작 합의 이후 여러 진통과 준비 끝에 약 2년 만에 라틴어로 '거장의 첫번째 작품'을 뜻하는 Opus One 을 출시하여 성공을 거두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몬다비 가의 대표적인 고급 와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사생활에 있어서 로버트 몬다비는 수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뿌리며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고, 운명의 장난과도 같이 그의 장남 마이클 몬다비와 티모시 몬다비 또한 형제 간의 반목을 거듭하며, 심지어 티모시 역시 반복되는 불륜으로 구설에 오르내리는 삶을 살게 됩니다.
회사의 상장으로 주가의 등락을 반복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로버트 몬다비 사는 어느덧 고령의 로버트 몬다비를 대신하여, 형제 간의 전쟁에서 승리한 장남 마이클 몬다비 중심의 운영 체제를 갖춥니다.
이 무렵 일선에서 물러난 로버트 몬다비는 새 부인과 함께 자선 단체를 설립하고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대신 단체에 기부하여 운영할 것을 선언하는데 이는 자식들에게 새엄마에 대한 반감에 기름을 붓는 또 한번의 부채질이자 상처가 됩니다.
마이클은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하여, 이탈리아 피렌체 프레스코발디 사와의 50:50 합작에 성공하며 실적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하고, 국가의 와이너리 몰수와 환수 이후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 그러나 날씨가 좋고 인건비가 싼 칠레라는 기회의 땅에서의 채드윅 가문의 와이너리와의 합작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언어 소통의 문제와 품질 관리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미국 디즈니 사와의 딜을 통해 테마 파크 내 포도원을 조성하는 데에 성공하지만, 비싼 가격과 고객 니즈와의 괴리로 인해 8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됩니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회사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마이클은 계속적으로 경영 능력을 의심 받게 됩니다. 품질을 강조하는 동생 티모시와, 매출과 성과를 강조하는 형 마이클의 반목 속에 몬다비의 와인 품질에 대한 전문가들의 혹평도 늘어가는 등 회사에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그 뿐 아니라 이 즈음 여러 와이너리의 재고를 저가에 매입하여 소비자에게 싸게는 $2 수준의 헐값에 판매하는 플레이어도 등장하는데, 몬다비 사의 와인 또한 여기에 거래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 즈음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는 UC 데이비스에 거액 기부를 약속하고 회사가 적자로 돌아섬에 따라 주가 마저 하락해 로버트의 자산 상태에도 빨간 불이 켜집니다.
이러한 위기 앞에 부회장인 동생 티모시는 회장인 형 마이클과 함께 회사를 전문적으로 경영할 CEO로 그레그 에번스를 고용하지만 결국 그에 의해 사실상 6개월의 강제 휴가를 떠나게 되는 등 배신을 당하게 됩니다. 회장인 형 마이클 몬다비 또한 결국 이사회에 의해 회장직에서 쫓겨나게 되면서 몬다비 가족은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그 후로도 로버트 몬다비 사는 추락을 거듭하고 이를 눈여겨 본 세계 최대의 주류 기업 Constellation Brands Inc.의 회장 리처드 샌즈와 사장이자 동생인 로버트 샌즈는 로버트 몬다비 사 인수를 추진합니다. 그러나 몬다비 사의 CEO 에번스와 이사회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그 무렵 로버트 몬다비 사의 이사진은 회사를 일반 브랜드 중심의 법인과, 수입 목적의 고급 브랜드 법인으로 분할할 계획을 세우고, 반대를 사전에 막기 위해 몬다비 가족 일원들의 의결권 약정 합의를 유도하여 몬다비 가족이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도록 몰아갑니다. 마이클 몬다비는 이사회 의석은 유지했지만 사실상 허명 뿐이었습니다. 몬다비 가족과 함께 해 온 직원들은 이러한 이사회에 분노를 터뜨립니다.
그러나 에번스는 회사 분할을 골자로 한 대외 발표의 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회사 전체 가치를 밝히게 되고 이로 인해 로버트 몬다비 사는 여러 기업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는 꼴을 맞습니다.
분노한 마이클 몬다비는 이사회에서 자진탈퇴하고 이사회와 폭로전을 시작합니다.
결국 2004년 11월 4일, 몬다비 사는 약 10억 3500만 달러에 회사를 Constellation Brands Inc.에 매각한다고 발표합니다. 몬다비 가의 일원들은 매각으로 각각 큰 돈을 벌었지만 이로써 가족의 유산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제 로버트 몬다비와 그 두 아들 마이클, 그리고 티모시에게 남은 와이너리는 없습니다. 몬다비 일가에서 유일하게 와이너리를 소유한 이는 로버트의 동생 피터 몬다비였고 이렇게 모든 것을 잃고 난 뒤 로버트와 피터는 화해하게 됩니다.
주미 프랑스 대사가 로버트에게 큰 영애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1802년 나폴레옹이 제정한 상으로 미국인으로는 로널드 레이건, 콜린 파월, 록펠러 등 극소수만이 수상)을 수여하는 자리, 동생 피터는 자리를 함께 하며 형 로버트를 축하했습니다. 그 이후 진행된 또 다른 행사인 제 25회 나파 밸리 와인 경매 기념 행사를 전후하여 로버트와 장남 마이클은 서로를 향한 미움과 아픔을 사과하며 극적으로 화해했고, 또한 로버트와 동생 피터 또한 정식으로 화해하며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나란히 앉은 로버트와 피터에게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와인 양조업자들이 줄지어 다가와 존경을 표했습니다. 여기에는 대부에서 번 돈으로 와이너리를 매입하여 운영하고 있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억만장자 양조업자 제스 잭슨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티모시의 아들 중 수완을 보인 카를로 체사레 로버트 몬다비는 다비 스킨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사기죄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는데, 최근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서 제공되는 제품이 다비 스킨인 것을 보면 문제들은 이제 다 해결된 것 같습니다. 그 다비가 몬다비에서 나온 다비라니 새삼스럽네요.
큰 기대 안하고 봤지만 생각보다 재밌었고 와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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